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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논술과 칼럼, 글쓰기/미디어 경청

왜 우리는 진실을 감추려는가?

by société 2016. 8. 16.

왜 우리는 진실을 감추려는가?

세월호와 같이 침몰한 우리 사회의 정직과 진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1992, 3)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기억교실이 난항 끝에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이동하여 임시보관하면서 전시된다고 한다. 옮겨지는 물품은 추후 건립될 4.16 안전교육시설에 보존될 예정이다. 또한, 세월호 인양도 선수들기가 성공함에 따라 인양을 위한 사전 작업이 이제 마무리 될 예정으로 순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세월호의 본질적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빙하의 일부가 들어났을 뿐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세월호가 준 메시지를 외면하고 진실을 감추고 있다. 세월호에 대한 정직한 진실을 말이다. 과연 세월호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에서는 많은 것들이 왜 쉽게 잊혀지는가? 세월호는 무관심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인가? 세월호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는 한국사회의 안전의 고질적 문제뿐만이 아니다. 쉽게 잊혀지고 없어지는 한국을 비판하는 메시지와 더불어 복잡하게 얽혀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앞으로 한국사회를 하나씩 바꿔나가는 일이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살려달라고 얼마나 외쳤겠어.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우리 애가 뭘 잘못했는데. 간 것도 억울한데... 죽고 싶은 심정이야. "

 

<오마이뉴스> 딸 책상 정리하는 날, 엄마는 결국 무너졌다 / 선대식

 

811, 김수정 양의 어머니가 책상에 앉아 오열하며 내뱉은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월호의 끝나지 않았음을 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사건사고의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또한, 사고에 대한 관심도 함께 필요하다.

 

단원고등학교의 스쿨닥터였던 김은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의뢰를 받아 '세월호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언론보도 피해 및 명예훼손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내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본 결과 생존 학생들과 부모·참사 당시 단원고 3학년 및 교직원·안산지역 주민 등 직·간접적 피해자의 70%가 왜곡보도와 악플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답했다고 한다.

 

특히, "특례입학" "어묵" "시체장사" 등과 같은 모욕적 발언을 직접 경험했다는 질문에도 47%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의 세월호 생존자를 위한 정책 중 특례입학도 문제가 많았다. 현재 기회균등전형 등으로 대학 입학한 학생을 일명 "기균충"(기회균등전형으로 대학 입학한 사람을 비하하는 말)으로 부르는 상황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2014년 당시 단원고 3학년이었던 그들은 대학 입학 뒤의 자기소개 때 단원고 출신이라는 말에 웅성거림과 선배들이 특례입학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또한, 세월호의 1주기에 시험공부를 하던 중에 '안 슬퍼?' 라는 말까지 들을 때마다 단원고라는 이름을 지우고 싶다는 심정이 든다고 말할 정도이다. 또한, 사회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이젠 지쳤다는 마음이 인터뷰에서 그대로 들어났고, "친구 팔아서 대학 갔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나도 후배들 잃고 좋은 대학 가고 싶다'라는 댓글에 분노한 적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와 더불어 김은지 전문의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애초 재난 지역 심리지원은 1~2년 계획만으로는 끝날 수 없는 일이다"에서 엿볼 수 있듯이 심리지원은 지속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을 정부에서 지급 중단하여 조사관들이 사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여당은 특조위가 활동은 없고 예산만 사용하였다며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85일 간담회에서 "…… 조사 활동을 정부가 수도, 전기 끊듯 예산을 끊어 말려 죽여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어떤 이유든, 무슨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는 일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 진상을 밝히는 일은 중앙행정기관인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진행하여야 된다고 본다. 국회 내의 특별위를 설치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과연 정치적 성향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모여 진정으로 유가족을 위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야기와 증거들이 나오면 또 은폐와 비리로 얼룩질 것이 분명하기에 이렇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선행 연구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청소년 간접 피해자에 대한 연구 및 사회적 지지 등 보다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세월호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언론보도 피해 및 명예훼손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이다.

 

 

피해자와 간접피해자까지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진실을 숨기고 은폐하는 한국사회가 아닌 틀린 것은 틀렸다, 맞는 것은 맞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